기획특집-미래는 있다, 다시 생각해보는 벤처

Ⅰ벤처의 근황
우리나라의 벤처산업은 90년대 중반이후 정부주도의 지원 정책에 힘입어 급속도로 성장해왔다. 정부는 기술집약형 중소기업 육성의 필요성에 따라 '벤처기업 육성 특별법' 까지 제정해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초기에는 민간부분의 자금이 제대로 유입되지 않아 벤처기업들이 크게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지만, 이러한 여건의 변화를 가져온 계기는 IMF구제금융체제였다고 볼 수 있다.
IMF이후 벤처기업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줄줄이 부도를 냈지만 99년 상반기부터 상황이 급변하여, 한때 30% 가까이 치솟던 금리가 정부의 경제구조조정 과정에서 적극적인 인하책으로 한자리수로 안정이 되자 증권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기 시작했다. 증권시장이 활황세를 보이자 상장벤처기업은 물론 코스닥 등록 벤처기업들도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생겨 어떤 회사는 주가가 30∼40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근래에는 어느 회사의 불법대출비리사건과 계속되는 경기침체, 주가하락으로 이어져 그 열기가 식어갔다. 그 열기의 저하는 오히려 벤처의 거품이 빠져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진정한 벤처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와 결과를 낳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다만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알찬 벤처기업들이 자금줄이 막혀 본의아닌 피해자들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벤처란 무엇인가? 그리고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이 우리의 테해란밸리도 과연 다시 그 진정한 호황을 누릴 수 있는 것일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자세로 벤처, 그 의미와 가능성을 살펴보자.

Ⅱ벤처
1. 벤처의 시작
산업혁명 이후 사업가들은 여러가지 형태로 사업자금을 조달해 왔다. 그 중에서도 벤처자본이란 이름의 사업자금이 이용된 것은 2차대전 이후의 일이다. 1946년 미국의 휘트니는 1000만 달러의 자본금으로 투자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는 위험 부담이 크지만 성공하면 높은 수익을 올리는 새로운 분야에 벤처자본(Venture Capital)이라고 불리는 많은 돈을 투자했다. 그리고 이 돈을 받아서 사업을 펼치는 회사들은 벤처기업(Venture Business)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DEC, HP,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인텔, 시스코 등의 전설적인 성공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벤처기업의 신화는 시작되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벤처기업 육성이 벌써부터 활발히 전개되었다. 이렇게 성장한 벤처기업은 성장 한계에 부딪힌 선진국의 새로운 대안이 되었다. 일찍이 미국이 벤처기업을 통해 불황에서 벗어난 예를 똑똑히 지켜보았던 것이다.

2. 세계 각국의 벤처기업 육성 전략
벤처기업을 육성해 국가 경제를 회복한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1990년대 초반 경쟁력을 상실한 외국의 초우량 기업들이 인력 정리 작업에 열중하는 동안 미국의 벤처기업은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또 일본에 추월당하려던 미국 경제를 위기에서 구출해 낸 것도 바로 중소 벤처기업 군단이었다. 미국은 현재 벤처기업 덕택에 연속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의 벤처기업은 지금까지 4단계로 발전해 왔다. 195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중심으로 국가적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많은 연구자와 경영자들이 벤처기업을 설립한 것이 그 시작이다. 1960년대에는 인텔사를 비롯한 약 40개의 반도체 기업이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탄생했고, 1978년 이후 정부의 투자 촉진책이 시작되면서 반도체, 유전공학, 컴퓨터 등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제3차 벤처붐이 일어났다. 1990년 이후에는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기술을 바탕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비롯해, 인터넷에 기반을 둔 업체들이 벤처산업을 이끌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벤처기업 단지로 손꼽히는 곳은 실리콘밸리이다. 벤처기업의 인큐베이터로 일컬어지는 이 곳에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벤처기업들이 태어나고, 벤처기업의 자금줄인 벤처 자본가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지난 해 이 곳으로 흘러들어온 벤처 자금은 약 22억 5000만 달러로, 이것은 미국 전체의 3분의 1, 전세계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의 벤처기업을 배우자는 붐이 일어났다. 신규 산업을 활성화하고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이전까지는 일반적인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주류였다. 그러나 최근 제2장외 시장 개설, 엔젤에 대한 세금 감면 조치,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앞세워 벤처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벤처 단지는 기후현에 위치한‘소프토피아 저팬’이다. 소프토피아 저팬은 관주도형 정보산업단지로, 소프트웨어와 멀티미디어의 연구개발, 유망 벤처기업과 인재 육성, 지역 정보화의 거점 확보라는 3가지 목표를 세워 지난 1988년에 개발하기 시작해 1996년에 완성되었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활발한 벤처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는 곳은 이스라엘이다. 현재 2000여 개의 하이테크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18개 업체가 지난 해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최근 이스라엘 정부는 텔아비브, 하이파, 예루살렘을 연결하는 삼각지대에 제2의 실리콘밸리를 건설해 하이테크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서유럽 첨단산업의 선두 주자로 나서고 있는 영국에는 이미 실리콘글렌, 템즈밸리, 케임브리지 등 세 군데에 하이테크 산업단지가 조성되었다.
우리나라의 벤처기업은 1980년대 초에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역사는 19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2년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전자기술연구소에 근무하던 이용태씨가‘삼보컴퓨터’를 세워 오늘날 중견 기업으로 키웠다. 같은 시기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로 있던 이범천 씨와 그의 후배들은‘큐닉스컴퓨터’를 세웠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 벤처기업은 1990년대에 이르러 성공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됐다. 미래산업, 메디슨, 두인전자, 건인, 한글과 컴퓨터, 팬택, 핸디소프트 등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Ⅲ벤처란
1. 벤처기업의 진정한 의미
국내의 벤처기업을 미국의 벤처기업과 비교해 보면 사업 동기부터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미국 벤처기업이 주로 사업화 초기의 첨단 기술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국내 벤처기업은 국내에서는 신기술이지만 선진국 시장에서는 한창 성장하고 있는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외국 기업에 비해 우리의 기업이 성장 정도나 규모에서 크게 뒤지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개발된 기술을 실현할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무수한 첨단 산업과 관련 산업이 있어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또 일단 개발된 기술이 사업화할 수 있는 충분한 시장도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뛰어난 기술을 상품화하더라도 이것을 소화할 수 있는 내부시장 기반이 빈약하다. 따라서 신기술을 상품화하기 전에 시장성을 먼저 검토해 보아야 하고, 기술성과 시장성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제품화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세계를 상대로 한 상품을 만드는 것 외에는 달리 해결책이 없다. 반론이 제기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변화무쌍한 기술 시대에 먼저 국내 시장을 잡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노리는 방식은 구태의연한 자세인지도 모른다.
다른 하나의 중요한 조건은 바로 사람이다. 인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아무리 훌륭한 입지에 잘 갖추어진 사무실을 둔다 해도 무의미하다.
전세계적으로 봐도 현재 프로그래머는 대략 40만명이 부족한 상태이며, 이는 앞으로 10년 안에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서 프로그래머란 단순히 컴퓨터 언어를 잘 다루고, 모니터 앞에 앉아 눈이 빠지도록 코딩 작업에 몰두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 시장의 동향을 이해하고, 글로벌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고방식에 따라 개발에 나서는 프로페셔널을 의미한다.
한편, 이러한 인력을 보유한 기업의 운영 방식도 이전과는 크게 달라져야 한다. 외국의 정상급 정보통신 업체들은 파격적으로 프로그래머의 근무시간 절반을 프로젝트와 관련된 교육에 투자한다. 배우는 것도 일인 셈이다.
이것은 프로그래머의 효용이 근무시간의 양에 있는 것이 아니며, 급속한 기술 변화에 적응해야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미국의 정보통신 최상위 업체들이 자신들의 사옥을 대학처럼 만들고, 또 캠퍼스라 부르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틈새 시장의 공략이 벤처기업의 특징이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벤처기업은 어떤 요건을 갖추고 있을까?
성공하는 벤처기업의 3대 요건은 핵심기술, 인프라, 모험정신이다. 여기서 인프라라고 하는 것은 교육, 행정, 금융에서 국민의식에 이르는 우리의 전반적인 사회, 문화적 환경 모두를 이르는 말이다. 사회 시스템 자체를 첨단 기업에 적합한 환경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공요건과 함께 벤처기업의 특징은 사회 변화에 의해 새롭게 생겨난 틈새 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는 모든 것이 빨리 변화하는 사회이다. 소비자들의 선호나 취향도 급속하게 변하고 다양해진다. 그러면서 새롭게 분화된 분야가 생겨나고, 그것 역시 새로운 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성공적으로 돌아가는 기존의 회사는 큰 조직과 큰돈에 의해서 운영된다. 따라서 의사 결정이 느리고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또 새로 생긴 분야의 요구에 신속히 부응하기 어렵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실패 위험을 부담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벤처 기업가들은 기존의 큰 조직의 회사와 달리 이러한 빈자리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좁은 시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것저것 넘보지 말고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한 분야만 선정해 노력을 집중시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 생각만 있고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기회는 다른 사람의 몫이 되고 만다.
벤처기업은 난관과 고통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벤처 사업을 한다는 것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은 있지만 돈이 없는 사람이 모험심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택하는 길이다. 따라서 스스로 선택해 고난을 극복하고 성취감을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성공에 이를 수 있다.
벤처기업을 성공시킨 많은 사람들을 보면, 이 일이 개인적인 희생을 얼마나 요구하는 것인지 알 수 있다. 또 전문가들은‘벤처기업이 성공할 확률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힘들다’고 말한다. 그만큼 많은 젊은이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벤처 창업에 뛰어들지만 빌
게이츠나 제리 양처럼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벤처 기업가들은 고통 후에 무엇을 얻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공익을 위한 성취감을 얻고, 어떤 사람은 돈을 얻고, 어떤 사람은 명예를 얻는다. 벤처 기업가들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해서 돈을 벌고 고용을 창출해 기업의 사회적인 임무를 다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벤처기업의 진정한 의미인 것이다.

2. 벤처기업, 실리콘밸리 테헤란밸리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세계 벤처기업의 대명사이다. 수많은 신화를 만들어 낸 실리콘밸리와 한층 상향 곡선을 그리다 한때 낭떠러지로 추락한 테헤란벨리, 그 차이를 살펴보면 좋은 방향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휴렛팩커드로부터 시작된 실리콘밸리는 야후의 신화로까지 이어져 왔다. 맑은 날씨와 비옥한 땅을 가진 캘리포니아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실리콘밸리가 배출한 기업은 무수히 많다.
1885년 레런드 스탠퍼드 상원의원은 자신의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죽자 2000만 달러와 팔로알토 지역의 광활한 목장을 대학 부지로 내놓았다. 그리고 MIT 출신의 프레드릭 터먼 교수가 부임해 와 스탠퍼드 대학을 키웠다.
1939년 터먼 교수의 지도를 받은 26살의 윌리엄 휴렛과 데이브 팩커드는 팔로알토의 한 차고에서 음파를 분석하는 음향 발진기를 만들어 냈다. 터먼 교수는 538달러를 빌려주고 은행 대출을 알선하면서 그들에게 회사를 차릴 것을 권유했는데, 이것이 최초의 벤처기업이자 실리콘밸리의 신화를 만든 휴렛팩커드(HP)이다.
휴렛팩커드는 월트 디즈니 영화사로부터 주문을 받기 시작해 3년만에 연간 1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되었다. 전세계 젊은이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어하는 회사로 알려진 휴렛팩커드는 오늘날 컴퓨터, 계측기, 분석 기기, 의료 장비 등을 생산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휴렛팩커드에 이어 실리콘밸리를 유명하게 만든 두 번째 신화는 쿠퍼티노의 한 차고에서 이뤄졌다. 1976년 21세의 스티브 잡스와 26세의 스티브 워즈니악이 여기서 애플이라는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1977년 문을 연 오라클 역시 20대의 로렌스 엘리슨이 산타클라라에서 창업한 회사이다. 오라클은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로 전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으며, 현재 네트워크 컴퓨터(NC)를 주도하고 있다.
유닉스(UNIX)로 유명한 선마이크로시스템은 27살의 청년 4명이 1982년 멘로파크에 세운 회사로 전세계 중형 컴퓨터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원에 다니던 레오너드 보색과 샌디 러너는 1984년 시스코(CISCO)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1990년대에 불기 시작한 인터넷 바람을 타고 매년 50%가 넘는 초고속 성장률을 보였다. 시스코는 인터넷망을 건설할 때 필수적인 라우터와 스위치를 개발하고 있으며 전세계 라우터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1990년대 실리콘밸리의 20대 신화는 넷스케이프를 만든 마크 앤드리센과 야후를 만든 제리 양이 창조했다. 1993년 일리노이 주립대학 4학년 때 네비게이터의 원조인 모자이크를 개발한 앤드리센은 이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하면서부터 유명세를 탔던 컴퓨터 천재로, 1995년 8월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의 상장으로 백만장자가 되었다.
제리 양은 1994년 스탠퍼드대 전기공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던 28살때 인터넷 검색 도구인 야후를 개발했다.
휴렛팩커드로부터 시작된 실리콘밸리에 몰려 있는 회사들의 업종은 컴퓨터와 반도체, 소프트웨어, 네트워킹, 통신 등 첨단 산업이 주종을 이룬다. 인텔, IBM, 휴렛팩커드 등 세계 100대 하이테크 기업 가운데 상위 20대 기업의 본사가 몰려 있다.
벤처기업도 4000여 개가 넘게 입주해 있다. 지난 수년간 미국에서 벤처기업에 투자된 자금 가운데 4분의 1 가량이 지속적으로 실리콘밸리에 집중되었으며, 그 액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은 크게 3가지 부류로 구분된다.
평가실험회사, 투자회사, 상품화 전문업체가 그것이다. 이에 따라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술에 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주체들의 제안을 받은 투자회사가 개발 아이템의 성공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투자회사가 투자를 결정했다면 대략 3개월 주기로 목표 내용의 달성도를 평가한다. 투자회사들은 대부분 단일 기업에 집중하기보다는 여러곳으로 자금을 분할해 투자한다. 핵심 기술을 골라 벤처기업을 설립하려는 창업자들에 대해 투자가들은 다양한 선택권을 가진다.
반도체와 통신 기술, 생명공학 기술과 반도체의 조합 등 수많은 기술의 상호 교차를 시도하는 창업자들의 뉴비즈니스 기획과 이들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다이나믹한 관계에서 형성되는 자금은 벤처기업의 생명유지 장치로 작동하며 하이테크 기술의 개발 의욕을 한껏 부추긴다.
실리콘밸리에는 인재가 풍부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스탠포드 대학, 버클리 대학, 새너제이 대학 등 첨단기술에 관한 한 미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대학들이 즐비하다.
또한, 대학과 기업이 함께 인재를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도 빼놓을 수 없다. 실리콘밸리는 인근의 스탠포드 대학이 산학 협동 정책을 채택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첨단산업의 메카로 등장했다. 이러한 대학의 지원정책에 따라 휴렛팩커드나 최초로 워크 스테이션을 설계했던 선마이크로시스템, 실리콘그래픽스, 시스코 등이 탄생한 것이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강남역으로 이어지는 테헤란로에 정보통신업체들이 몰리면서 이 곳이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비견되는 우리나라 IT산업의 메카로 떠올랐다.
이곳은 협소한 의미의‘테헤란밸리’라는 차원을 넘어 벤처기업들이 몰려 있는 인근의 ‘포이, 양재밸리’와 신림동 일대지역, 정보제공(IP)업체나 컨텐츠 제공(CP)업체들이 집중돼 있는 논현동, 신사동 지역 등을 총괄하는 서울 강남 디지털밸리의 중심지로 급부상하였다.
1990년대 중반 크고 작은 약 100개의 업체들이 자리를 잡아 테헤란밸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던 이곳에 지난 1997년말 국제통화기금(IMF)사태에 따른 경제난은 오히려 호기가 되기도 했다.
테헤란밸리는 교통, 통신망, 정보 교류 등의 몇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테헤란로에 이렇게 벤처기업이 집중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포화 상태인 서울 도심이나 여의도 증권가를 제외하고는 이곳만큼 지리적인 요건이나 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곳도 없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이 밀집돼 있으면서도 교통이 편리하다 점과 테헤란로를 따라 지하에 매설된 광통신망 등이 IT업체들이 이 곳을 선호하게 만드는 중요한 조건이다.
또 금융기관도 주변에 많이 분포해 있으며, 특히 무한기술투자와 같은 벤처캐피털도 많아 주변의 벤처기업들이 자금을 빌리기에도 용이하다는 이점도 있다. 뿐만 아니라 강남역 부근에 자리잡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을 비롯해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소프트웨어산업협회, 벤처 기업협회, 특허청 등 IT업체들의 활동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각종 협회와 기관들이 테헤란로에 위치해 있는 것도 이들 업체가 몰리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테헤란밸리가 미국의 실리콘밸리 등과 비교해 볼때 가장 중요한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순히 정보통신업체들이 집결해 있는 것 외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Ⅳ벤처기업
1. 벤처의 처음 조건
첨단기술이나 경영노하우를 가지고 신규로 시장을 개척하는 기술집약적인 중소기업으로서 일반기업과 비교할 때 모험성이 훨씬 크지만 성공할 경우 아주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기업인 벤처는 1997년 10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벤처기업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기본법에 의한 중소기업 요건에 해당해야 하며, 벤처기업특별법상의 특별요건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
최고 경영층의 능력과 자질은 모든 기업에 해당되는 내용이지만 특히, 벤처기업에서는 더욱 중요한 것일 것이다.
예를들어, 부동산투자를 할 때 가장 중시해야 할 요소를 첫째도 위치, 둘째도 위치 셋째도 위치라고 한다면 벤처기업이나 그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에 있어서는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 셋째도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아이디어를 상업화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경영인이어야 한다. 능력 있는 경영자는 시장의 기회를 재빨리 포착하여 어떻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그 시장에 팔 수 있느냐에 의해 판단될 수밖에 없다. 1류 경영자는 2류 기술을 가지고도 성공할 수 있어도 아무리 1류 기술이라도 2류 경영자를 만나면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이 생겨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또한, 틈새시장을 노리기 위해 어떤 제품 및 서비스를 생산, 제공하느냐가 중요하다. 기업가들은 자금조달을 하며 자주 아이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는 반면 벤처투자가는 시장을 찾는 제품보다는 제품을 찾는 시장을 봐야 성공할 수 있다.
성공적인 아이템은 경쟁자들이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이미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하여 현금을 창출해낼 수 있는 고부가가치를 지닌 것이며, 충분한 수익성은 경쟁자의 공격적인 가격공세에 대한 방패역할을 할 것이다.

2. 진정한 벤처로 남기
제일 중요한 것은 벤처라는 기업은 독창성이라는 토대 위에 자리잡아야 한다.
제조업이든, 인터넷이든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없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요즘과 같은 광속경제 시대에서는 거래가 빛의 속도로 일어난다. 경쟁 역시 광속으로 이뤄지는 시대에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사업모델을 구축하지 않으면 거대자본에 밀릴 가능성은 언제나 염두해 두고 있어야 한다. 비즈니스모델 특허전쟁이 시작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야 한다.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공급자 시장에서는 규모를 키우는 것이 기업의 주요한 성장 전략이었다. 즉 규모 그 자체가 기업의 핵심 역량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경쟁이 격심한 소비자 시장, 개방 경제 하에서는 규모는 더 이상 핵심 역량이 아니다.
전문기업은 환경변화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자신이 속한 산업분야가 몰락할 경우, 기업 그 자체도 생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오늘날 급변하는 환경속에서 한 분야의 전문기업이 생존해 나가기는 더욱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핵심기술과 기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변화에 대한 수용력과 자원의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여야 한다.
벤처산업이 바람직하게 뿌리내리려면 열린마음, 열린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벤처가 활성화되면서 끼리끼리 모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로 돕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벤처산업에서조차 학연, 지연, 혈연으로 뭉치면 도약이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고인 물은 썩는다. 동류의식으로 뭉치면 정체되고 퇴보될 수밖에 없다. 인재를 널리 구하고 열린 문화를 만들어야 기업을 싱싱하게 이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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