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냅스터 판결과 국내 음반시장의 움직임

무료 음악파일 공유프로그램인 냅스터의 창시자 숀 패닝(21)은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법 법정을 빠져나왔다. 즐겨쓰던 야구모자와 평상복 차림을 제쳐두고 정장에 넥타이까지 매고 법정에 나왔지만 여전히 애띤 얼굴의 이십대 청년이었다.

얼마전만 해도 그는 미국 보스턴 노스이스턴 대학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어릴 때 별명을 따 이름붙인 냅스터 프로그램을 개발해 네티즌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자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서비스 제공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창업주로 변신하는 여느 대학생들과 달리 그는 냅스터의 프로그래머로 옮겨가 한눈팔지 않고 그동안 해오던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1년이 못되는 짧은 기간에 그는 정보의 자유를 만끽하고자 하는 수많은 네티즌들의 우상이면서, 동시에 저작물의 권리를 지키려는 음반업계와 음악인들에겐 언제나 적이었다.

아마추어 가수이기도 한 그는 음악을 하는 친구들과 쉽게 음악파일을 주고받고 싶다는 단순한 욕구에서 냅스터를 만들게 됐다. 상업적 이익을 위해 남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게 아닌 이상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러나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온라인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인 냅스터에 대하여 위법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온라인 음악 사이트 냅스터가 회원들에게 저작권 음반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이를 즉각 중지하라고 판결하였다.

더 나아가 법원은 냅스터가 고의적으로 사이트 이용자들에게 음반회사의 저작권을 침해하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하면서 냅스터는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있는 검색 시스템에 이용자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웹사이트 폐쇄 명령을 즉각적으로 내리지 않았다.

냅스터는 이후 항소를 했고, 항소심의 판결은 시스템의 한계 내에서 네트워크를 관리할 것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냅스터는 음반업계에서 요구하는 광범위한 수준으로는 기술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다시 한번 항소를 준비했다.

한편 미국음반산업협회(RIAA) 회장 힐러리 로젠(Hilary Rosen)은 이번 판결을 자신들의 명백한 승리이자 음반업계의 편에선 현명한 판결이라고 표명했다.

그러나 냅스터가 음반업계의 요구에 군말없이 따라가 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냅스터는 지난 해 첫 판결에서도 복종하지 않고 사이트 폐쇄 취소 가처분 소송을 내 승소한 바 있으며 냅스터 자체에서는 늘 상업적 논리를 초월한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뮤직(Emusic) 회장인 로버트 콘(Robert Kohn)은 우리는 이미 저작권으로 인해 음반 공유가 금지된 음악목록을 냅스터에 제공했으며, 냅스터 서비스로 인해 이미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냅스터는 이미 수십만 개의 금지목록을 받았으며, 지난 몇 달 전부터 매일 수백개의 목록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야 어떻든 확실한 것은 냅스터 서비스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법원은 냅스터가 기술면에서 영화복제를 허용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 VCR관련법 안의 몇몇 조항에 의해 보호받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관련조항이 냅스터의 피난처가 될 수는 없다.

저작권 관련 조항이 시대에 맞춰 늘 바뀌고 있으며, 그 안에서 법적 책임을 발견할 것이기 때문이다.
냅스터는 다시 방어를 위해 가정내 음악녹음 가능과 관련한 법률 (Audio Home Recording Act)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법원은 이것 또한 적용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반면 음반업계는 또한 냅스터가 제한없이 이용될 경우 기존 음반산업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법원의 이해도 이끌어냈다.
허락되지 않은 음악파일을 다운로드 해가면서 받는 피해는 엄청나다. 음반업계의 주장에 따르면 일초에 약 만 건의 파일교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 수치는 기존 사용자와 유명도에 이끌린 새로운 사용자들에 의해 증가할 것이며, 재판 전에 가능한 모든 음악파일을 가져가려는 폭주현상으로 인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로 인한 음반업계의 손실 또한 늘어나리란 전망이다.

음반산업계가 법적 승리를 이끌어내긴 했지만, 그 미래는 불투명하다.
또한, 항소법원의 이번 판결은 인터넷에서도 더 이상 공짜는 안 된다는 최근의 분위기와 맞물려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최근 배너광고 위주의 수익모델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사이트 유료화가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공짜를 외치는 네티즌들의 강한 반발 때문에 선뜻 유료 선언을 하지 못한 게 그간의 사정이다. 이번 판결로 힘을 얻은 베텔스만이 냅스터를 유료 모델로 정착시킬 경우 비슷한 모델을 가진 업체들이 유료 전환 부담을 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움직임을 주시해온 국내 음반계도 한국판 냅스터인 ‘소리바다(www.soribada.
com)’ 등에 대해 소송을 준비하는 등 대응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한국음반산업협회는 디지털 음악 파일의 불법 유통으로 청소년들의 음반 구매가 10% 가량 격감하고 있다며 손해배상 차원에서라도 불법 인터넷 사이트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은 소리바다외 K텔라 등 P2P(Peer to Peer)방식으로 디지털 음악 파일을 불법 복제하거나 인터넷에 음악 파일을 유통시키는 사이트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이들은 최근 전문팀을 구성해 저작권 침해가 심각한 불법 복제 사이트와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사이트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확보해놓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음반계는 당장 사이트 폐쇄나 서비스 정지를 요구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냅스터와 독일의 미디어 그룹 베텔스만이 유료 회원제 음악 사이트 개발을 조건으로 제휴한 것처럼 국내 음반계도 인터넷 사이트와 제휴해 서비스를 양성화 유료화함으로써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국내에도 지난해부터 소리바다 등 냅스터와 유사한 서비스가 등장했고, 인터넷에서 음악 파일들이 공짜로 대량 유통되면서 기존 음반사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 있다. 또 MP3 파일뿐 아니라 만화, 사진 등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디지털 콘텐츠들의 저작권 분쟁도 잇따라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법적 대응도 좋지만 신개념의 디지털 매체가 하루가 다르게 양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을 양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저작권자나 음반업계의 자리는 더욱더 줄어들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저작권법 전문변호사들은 네티즌들과 IT업계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면 음반업계도 계속 수많은 소송을 벌여 승리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신기술을 이용해 저작권 판매나 회원 가입 등의 방법으로 실질적인 이득을 얻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저작권 관련 단체나 서비스 업체 모두 P2P 서비스의 저작권 문제가 법적 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P2P가 거스를 수 없는 기술적인 발전이라는 점은 양측 모두 인정하고 있으며, 이들 서비스가 유료로 전환되고 일정액의 저작권료를 낼 경우 화해를 시도할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특히 냅스터와 베텔스만이 추진중인 서비스 유료화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Ⅱ 인터넷상의 저작권보호가 주는 의미

우리나라는 1987년에 세계저작권협약에 가입하였고, 외국저작물을 강하게 소급 보호하는 베른협약에는 1996년에 가입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WTO의 회원국이 되면서 URTrips 협정상 의무이행의 일환으로 베른협약 수준의 저작권 법개정을 1995년 12월에 이미 완료하여 베른협약가입으로 인한 추가부담은 적은 편이다. 그런데 이들 협약들은 인터넷을 통하여 유통되는 디지털저작물에 대한 규정은 가지고 있지 않아 통신망을 경유하여 국경을 넘나들며 유통되는 디지털 저작물에 대하여는 속수무책이었다. 따라서 인터넷상에서 저작권자의 허가없이 무단으로 유통되는 저작물들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었던 것이다.

인터넷이나 그 뒤를 이을 초고속통신망상에서 유통될 저작물들에 대한 법적인 보호가 약속되지 않으면 저작자들은 자신들의 지적, 예술적 창작물들을 정보고속도로에 올려놓지 않게 될 것이다. 오늘날 인간의 지적, 예술적 활동 중 저작권의 규율을 받지 아니하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인간의 모든 문화활동이 디지털방식을 이용하여 시공을 초월하여 유통되기 위해서는 그 지적, 예술적 창작물의 무단이용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일찍이 전화번호부상의 사실적 자료인 전화번호는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Feist판결이 내려진 이후 꾸준히 사실자료의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보호가 논의 되어왔다. 이미 미국의 NBA는 자기들의 농구게임에 산출되는 점수를 무단으로 이용한 업체들을 상대로 저작권침해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인터넷상에서 유통되는 저작물들을 어디까지 보호 받을 수 있는 것인가. 다시말하면 인터넷을 사용하는 네티즌들은 인터넷상에서 구한 디지털 자료들을 어느정도까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아니하고 사용할 수 있는지가 실제적인 문제로 등장하게 된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로 인터넷상에서 공정이용(fair use)의 범위와 한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문제에 귀착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저작권제도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헌법은 저작권제도로 하여금 인간의 지적 창작물의 표현에 대해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설정함으로써 창조적 활동을 자극하여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고 그 표현물을 전파하여 공공복리에 기여하게 하는 것을 그 이념으로 하고 있다.

다시말하면 저작권법의 기본 목적은 저작권자의 노동에 대해 보상하려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그 혜택을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도록 하여 공동선에 기여함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에게 그들의 독창적인 표현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대신 다른 사람들이 저작물에 담긴 아이디어와 정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따라서 저작권에 관한 기본적인 운영원리를 규정하고 있는 저작권법은 문화적 창작물의 독점을 통한 부의 불균등분배 내지 정보독점을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적 창작물을 만든 이의 권리를 일정한도 보호해 줌으로써 지적창작의욕을 고취시켜 수많은 문화적 창작물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기여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결국 문제는 지적 창작물을 활발하게 생산하도록 유인하기 위한 동기부여의 측면과 이러한 지적 창작물들이 공공복리의 증진에 기여하게 하는 측면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가장 절실한 것이다.

Ⅲ 저작권

1. 저작권의 개념

저작권이란 시, 소설, 음악, 미술, 영화, 연극, 컴퓨터프로그램 등과 같은 ‘저작물’에 대하여 창작자가 가지는 권리를 말한다. 예를 들면 소설가가 소설작품을 창작한 경우에 그는 원고 그대로 출판배포할 수 있는 복제배포권과 함께 그 소설을 영화나 번역물 등과 같이 다른 형태로 저작할 수 있는 2차적저작물의 작성권, 연극 등으로 공연할 수 있는 공연권, 방송물로 만들어 방송할 수 있는 방송권 등 여러가지의 권리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여러가지 권리의 총체를 저작권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저작권은 크게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저작재산권은 토지와 같은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매매하거나 상속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도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허락을 받지 않고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한다면 저작권자는 그를 상대로 민사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그 침해자에 대하여 형사상 처벌을 요구(고소)할 수도 있다. 저작권자는 일반적으로 저작권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함으로써 경제적인 대가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저작권의 경제적 측면을 저작재산권이라고 한다.

또한 저작자, 예를 들면 소설가는 위에서 본 바와같이 여러가지 형태로 저작물이 이용되는 과정에서 그 소설의 제목, 내용 등이 바뀌지 않도록 하는 동일성유지권과 함께 출판된 소설책에 자신의 성명을 표시할 수 있는 성명표시권, 그리고 그 소설을 출판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공표권을 가진다. 이는 저작자의 인격을 보호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주어진 권리이므로 이를 저작인격권이라 하여 저작재산권과 구분한다.

결국,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저작자는 저작물의 사용에 따른 경제적인 대가를 받게 되며, 동시에 그 저작물이 사용되는 과정에서 저작자가 작품속에 나타내고자 하는 창작의도를 그대로 유지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토지와 같은 부동산도 공공적 목적 등을 위하여는 일정한 범위안에서 재산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것처럼 저작재산권도 일정한 범위 안에서는 저작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예를 들면, 비영리 목적의 개인적인 이용의 경우, 교육목적을 위한 경우, 시사보도를 위한 경우 등에 대하여는 저작재산권의 일부가 제한된다.

2. 문화산업으로서의 저작권

저작권제도는 저작자의 권리보호와 저작물의 이용증대라는 양면적 가치의 균형있는 보호를 위해 존재한다. 즉, 저작권제도는 저작자의 창작물을 사회가 보호해줌으로써 새로운 지적 창작활동을 권장하는 한편 일정한 범위내에서 저작자의 권리를 제한함으로써 새로운 창작물을 널리 전파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인류전체의 지식베이스를 증대시킴으로써 문화의 발전과 인류의 복지를 증대시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저작권법을 통상 문화의 기본법이라 한다.
그런데 80년대를 넘어서며 저작권 문제에는 경제적, 산업적 측면이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왜냐하면 지적소유권 연관산업의 세계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 방송, 음반, 영화, 컴퓨터 프로그램 및 데이터베이스 등의 저작권산업과 관련 장비산업(컴퓨터, 녹음, 녹화기, 라디오, TV 및 시청각도구 등)과 저작물의 배포관련산업(도서관, 서적, 음반 등의 도소매상)을 포괄하면 그 경제적 중요성은 매우 크다.

3. 저작권계의 현황

1) 저작권 산업의 규모

1996경우 우리나라의 경우 영화, 비디오, 애니메이션, 게임, 음반, 출판, 캐릭터 등 저작권관련산업의 시장규모는 약3조5천억원(미화 40억불)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1996년 우리나라가 영화, 비디오, 음반, 만화 및 출판분야에서 외국업체에 공식적으로 지불한 저작권료는 93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편, 멀티미디어 기술의 발전, 보급에 따라 경제, 산업, 학술, 예술 등의 자료를 가능한 데이터베이스 제작, 유통, 검색등의 데이터베이스 사업 매출이 급격히 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저작권 수입국이므로 문화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관련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2) 저작권 위탁관리의 활성화

저작권위탁관리업이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자의 복제, 공연, 방송권 등의 권리를 그 권리자를 위하여 대리, 중개하거나 신탁관리하는 업을 말한다.
저작권이란 무형적인 권리로서 개개의 저작권자가 그 권리를 관리하는 것이 곤란할 뿐만 아니라 저작물 이용자의 측면에서도 일일이 저작권자를 확인하고 교섭하여 이용허락을 받는다는 것 또한 용이한 일이 아니다. 특히 방송사업자와 같이 저작물을 다량으로 이용하거나 외국의 저작물을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저작권위탁관리업자로 하여금 저작권자와 저작물 이용자 사이의 교량역할을 담당하도록 하여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이 원할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둔 것이다. 이 제도는 저작권자의 권익보호 뿐 아니라 저작물 이용자의 편의도모를 위해서도 그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저작권위탁관리업을 수행하는 자는 업무의 성격, 기능에 따라 저작권신탁관리단체와 대리, 중개업체로 구분되며, 각각 문화체육부장관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하여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3) 저작권신탁관리업체의 활동현황

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1964년 3월 창립되고 1988년 2월 당시 저작권신탁관리업 허가를 얻어 작사, 작곡가, 음악출판사 등 2,600여 회원의 음악저작물을 신탁관리하고 있다. 동 협회는 방송, 연주회나 영업장에서의 공연, 그리고 출판물이나 영상저작물에의 복제 등에 이용되는 음악저작물의 사용료를 징수하여 이중 일정료의 수수료(문화체육부장관 승인)를 공제한 나머지를 저작물 사용료 분배규정에 따라 정기적으로 회원에게 분배하고 있다.

동 협회는 창립이래 괄목한 만한 발전을 이룩하여, 그 위상을 정립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여 왔다. 이는 그동안 법제의 정비 등을 통해 저작권의 권익보호를 강화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노래연습장 등 새로운 저작물 사용의 형태가 발생한데 기인한 바 또한 크다 할 것이다. 동 협회의 그간의 국제적 활동을 보면 1987년에는 CISAC(국제작곡자·작사가단체연합)에 준회원으로 가입하였고, 그외 90년 3월 ASCAP(미국 작곡·작사자 및 출판협회)을 필두로 현재 공연권은 15개국 16개단체, 복제권은 27개국 32개 단체와 음악저작물 상호관리계약을 체결하고 상호간 공연권, 방송권 및 복제권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나. 한국방송작가협회와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1988년 9월 당시 허가를 얻어 저작권신탁관리업체로 활동을 시작한 한국방송작가협회는 방송작가인 회원 600여명의 저작권을 신탁받아 이를 관리하고 있고, 방송사로부터 최초의 원고료이외 저작물재방송시와 프로그램의 녹음, 녹화테이프 판매시 판매가의 일정액을 사용료로 징수하고 있으며, 한국방송작가상을 제정, 시상하고 있다. 시, 소설, 학술서 등 문예학술저작물의 신탁관리단체로 1989년 3월 허가를 받은 한국문예학술저작권연합회는 회원 및 수탁저작물의 확충을 도모함으로써 900여명의 개인회원 및 26개단체 회원의 권익보호에 힘쓰고 있다

4. 저작권환경의 변화와 대응노력

1) 디지털환경이 저작권 환경에 미치는 영향

저작권법의 역사는 기술발전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당초 저작권법은 출판기술의 발전에 대응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저작권 보호에 관한 대표적인 국제규범인 베른협약은 1886년 출판시장의 발전을 배경으로 하여 체결된 이래, 1896년에는 음반, 1908년에는 사진, 1928년과 1948년에는 라디오와 영화, 1967년에는 주로 텔레비전의 등장이라는 기술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개정되어 왔다.

현재의 저작권법과 제도는 방송, 녹음, 녹화, 복사기 정도의 기술만을 반영하는 데 그치고 있어 새로운 기술환경을 반영한 재정비가 불가피하다. 디지털넥트워크 환경에서는 복제기술의 디지털화, 저작물의 멀티미디어화, 전달방식의 디지털화로 저작권환경에 질적 변화가 나타났다. 이미 주요 선진국은 이러한 환경변화에 부응하기 위하여, 혹은 저작권 수출국으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하여 국내·외 규범형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2) 저작권분야 전망과 과제

저작권법은 인간의 지적인 창작에 대하여 다양한 경제적, 인격적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한편으로는 이를 진작하고 그 결과물의 전파를 촉진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공익을 위하여 이를 적절히 제한함으로써 창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고 전체적으로 문화의 발전과 확대 재생산을 추구한다.

또한, 저작권법은 문화 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창작자와 매개자 그리고 이용자 사이의 권리 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으로서 사회적 자원의 배분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저작권법은 흔히 문화기본법으로 불리운다. 따라서 저작권 규범의 정비는 단순히 저작권 분야에 대해서 뿐만아니라 전체 문화계에 다양한 파급효과를 가진다는 점에 유념하여야 한다.

국내적으로도 디지털 환경에 부응할 새로운 저작권 제도의 보완이 시급하고 현행 저작권제도 운영상 보완해야 할 문제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제들을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저작권 전문인력의 육성도 시급하고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교육, 홍보도 중요한 과제이다.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의 문화발전의 방향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저작권보호에 관한 산업계와 저작자와 이용자에 대한 효과 분석 뿐만 아니라, 문화에 대한 우리 나름의 전략도 담겨야 할 것이다.

Ⅳ 저작권 소송에 관한 판례

1. 출판권의 존속기간

서울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정장오)는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단행본으로 출판하는 경우에 어떠한 명목이든지 대가를 지급하면 그 기한의 정함이 없이 그 단행본을 발행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출판계의 관습이라고 주장하는 피고의 주장을 기각하고, 저작권법 제57조의 ‘그 설정행위에 특약이 없는 때에’ 출판권은 최초 출판일로부터 3년간 존속한다는 규정을 확인하였다. 이하에서 사실관계와 법원의 구체적 판단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원고(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는 문학, 학술 또는 예술 저작물의 저작권에 관한 신탁관리업무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서 김승옥외 12명의 문학작가들(이하 ‘이 사건 신탁자들’이라고 한다)과 사이에 각 저작권 신탁 약정을 체결한 뒤 위 신탁자들이 가지는 저작권 일체를 신탁받았고, 피고(주식회사 문학사상사)는 인쇄 및 출판업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피고는 1977년경 피고가 발행하는 월간지인 ‘문학사상’의 창간 기념행사의 하나로 매년 가장 탁월한 문학작품을 선정, 시상함으로써 문학작가 이상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한국 문학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의 ‘이상문학상’을 제정하였다. 수상작은 문학평론가, 신문사 기자, 독자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문학작품을 기초로 피고가 위촉한 심사위원들의 심의를 거쳐 결정되었다. 대상에는 상금 3,000만원이 수여되고, 추천 우수작상에는 250만원, 기수상 작가 우수작상(대상을 받았던 작가의 작품 중 1-2편을 선정하여 시상)에는 금 150만원이 수여되었다.

피고는 ‘이상문학상’이 제정, 시상된 이후부터 계속하여 ‘이상문학상’ 수상자들의 허락을 받아 대상작, 추천 우수작, 기수상 작가 우수작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이하 ‘이 사건 서적들’이라고 한다)이라는 1개의 서적으로 출판하여 이를 매년 복제, 배포하여 왔으며 이 사건 신탁자들의 작품(이하 ‘이 사건 저작물들’이라고 한다)도 수록되어 있다.

또한, 피고는 1986년부터는 소외 최일남 등 ‘이상문학상’의 대상 수상 작가들로부터 수상작 및 수상연설문의 저작권, 출판권이 피고에게 있음을 확인하거나, 위 권리를 피고에게 양도하는 데 동의하고, ‘이상문학상 수상 규정 동의서’ 또는 ‘이상문학상 수상 수탁 및 동 규정 동의서’를 작성받아 왔다. 이 사건 신탁자들 중의 1명인 김원일도 자신의 저작물인 ‘마음의 감독’이 1990년도 이상문학상 대상에 선정되자 피고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수상 규정 동의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위와 같은 사실에 기초하여 각 당사자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먼저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저작물들을 수록한 이 사건 서적들을 출판함에 있어, 신탁자들이 관행상 위 서적들을 3년간 출판하는 것에는 묵시적으로나마 동의하였다고 할 것이나, 달리 신탁자들과 피고 사이에 위 저작물에 관한 출판권 설정 계약이나 저작권 양도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는 3년이 경과한 이후부터는 저작자들에게 인세 등 저작물의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따라서 피고가 이를 지급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서적들을 계속 판매하고 있음은 원고가 신탁자들로부터 신탁받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민법 제678조의 우수현상광고의 법리 또는 출판계의 관습에 의하여 이 사건 저작물들의 저작권 또는 복제, 배포권을 양도 받았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피고가 이 사건 신탁자들에게 상금을 지급하고 그들의 허락을 받아 이 사건 저작물들을 이 사건 서적들에 수록하여 출판한 사실은 인정되나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위 이용허락계약 또는 독점적 출판허락계약의 계약기간은 최초 출판일로부터 3년으로 한정함이 상당하다고 보았다.

이는 첫째, 당시 위 출판에 대한 정식계약서가 작성된 사실이 없고, 1986년 이후에도 소외 최일남 등과는 달리, 이 사건 신탁자들과의 사이에서는 수상 규정 동의서 등이 작성된 사실이 없는 점,

둘째, 피고가 수여한 상금이 단순히 당해 저작물의 우수성에 대한 표창의 의미만 가지는 것인지 아니면 당해 저작물의 출판에 대한 인세 또는 원고료까지 포함되어 있는지가 불분명하고, 위 상금에 인세 또는 원고료가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저작권의 양도 내지는 복제, 배포권의 양도 대가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고액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셋째, 피고가 이 사건 서적들의 말미에 ‘이상문학상’의 취지와 선정방법이라는 내용을 게재하면서 그 중 저작권 부분에서는 대상 수상 작품의 출판 저작권은 문학사상사에 귀속된다. 단 2차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고, ‘이상문학상수상작품집’ 발행 후 3년이 경과하면 저자의 작품집에 수록할 수 있으나, 그 작품집의 서명은 ‘이상문학상수상작품집’과 같은 수상 작품명으로 할 수 없다.

단 우수작상 및 기수상 작가 우수작상은 관례에 따라 수록된 당해연도 작품집에 한하여 본사가 계속 저작권을 갖는다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 사건 신탁자들로부터 출판 허락을 받을 당시 위와 같은 저작권 관련 내용을 신탁자들에게 고지, 설명하였는가에 대하여는 신탁자들이 위와 같은 저작권 관련 내용에 동의하여 출판 허락을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넷째, 신탁자들의 대부분이 신인 작가가 아닌 기성 작가들로서 이상문학상의 수상을 통하여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이점이 별로 크지 아니한 점 등이다.

피고는 이에 대하여 ‘이상문학상’의 수상은 민법 제678조의 우수현상광고에 해당하고, 위 저작권 관련 내용은 이 사건 신탁자들이 광고에서 정한 수상조건이 되므로, 우수현상광고의 법리 및 위 저작권 관련 내용에 따라 이 사건 저작물들의 저작권 또는 복제, 배포권은 피고에게 귀속된다는 취지를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상문학상’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광고와 이에 대한 응모에 의하여 선정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의 자체 심의 결과에 의하여 수상작을 결정하여 수상 사실을 통지한 후, 시상하는 방식이므로 민법 제678조의 우수현상광고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없고, 그 법리가 일부 유추적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이상문학상의 수상 조건으로 저작권 관련 내용을 명시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하였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서적들과 같이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한 권으로 출판하는 단행본의 경우, 수수료, 게재료 또는 매절고료 등 어떠한 명목이든 그 대가를 지급하면 기한의 정함이 없이 그 단행본을 발행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출판계의 관습이고, 피고 또한 이 사건 신탁자들에게 원고료가 포함된 상금을 지급한 이상 위 관습에 따라 저작권 또는 복제, 배포권을 가진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피고 주장과 같은 출판계의 관습이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결하였다.

결국 법원은 “피고가 허락받은 계약기간인 최초 출판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에도 계속하여 이 사건 저작물들을 이 사건 서적들에 수록하여 복제, 배포하는 행위는 원고가 신탁자들로부터 신탁받은 이 사건 저작물들에 관한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그 침해의 정지를 구할 수 있고, 다만 1990년 ‘이상문학상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신탁자 김원일의 ‘마음의 감독’에 대하여는, 김원일이 위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출판권이 피고에게 있음을 확인하는 취지의 수상 규정 동의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교부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저작물에 대하여는 피고가 저작권 또는 복제, 배포권을 가진다”고 판결하였다

[서울지방법원 제12민사부 2000. 12. 29. 판결 99가합111216 서적제작복제배포금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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