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자공업" 12월호

기술개발의 희로애락

산업자원부의 산업기술국에서는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며 기술개발에 도전, 성공을 이룬 기술개발 사례집 '기술개발의 희로애락'을 발간하였다.
「전자공업」誌에서는 새로운 기술개발로 선진국에 비해 손색없는 상품을 만들어 수입을 대체하고 수출을 늘려나가는 데 기여한 기술인들의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건아기전(주)의

차량번호 자동인식 (AVNI) 시스템 개발

◈ 국산화의 파수꾼이 되어
설립 이래 자체 기술개발에 의한 제품의 국산화에 주력해온 건아기전(주). 건아기전은 시스템공학연구소와 산·연협동으로 국내 최초로 차량번호 자동인식(AVNI)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영상처리분야의 기술노하우를 바탕으로 무인교통단속장비 부문에서 외국업체들과 어깨를 견주는 패기에 넘치는 젊은 기업이다.
차량번호 자동인식 시스템의 개발로 시작하여 교통관제기기 분야의 전문업체로 성장한 건아기전은 고정식 무인교통단속장비의 개발과 동시에 이동식 무인교통단속장비의 개발도 착수하였다.
이동식 무인교통단속장비는 고정식 무인교통단속장비 개발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착수하였지만 고정식의 이동성 한계를 극복하는데서 벽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심광호 사장 이하 전직원은 "자체 기술력 확보만이 기업이 발전하는 길이다"라는 일념 아래 선진 기술력의 확보에 매진하였다.

◈ 고정식과 이동식… 아이템의 선택…
고정식을 만드니까 이동식도 만들어내자는 경영진의 의지에서 시작한 이동식 무인교통단속장비의 개발은 그 시작부터 고정식 무인교통단속장비를 만드는 연구진의 반대로 난항을 겪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부터 벽에 부딪치자 부설연구소에 모인 연구진들 사이에는 열띤 토론이 시작되었다. 결국 개발의 효율성 측면과 사업화 효과를 고려하여 이동식도 개발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져 이동식 무인교통단속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개발 초기에는 고정식 무인교통단속장비를 축소하여 차량에 탑재하자는 의견, 전 도로에 루우프 코일을 깔아 어느 곳에서나 측정하지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기존 고정식의 모델을 축소하고 응용하자는 것일 뿐 진정한 의미에서의 이동식 무인교통단속장비 개발에 대한 아이템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연구원 한명이 레이저 속도측정기를 이용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레이져 속도측정기와 차량촬영장치의 접목'. 바로 여기에서 이동식 무인교통단속장비의 개발은 본격화되었다. 2년간의 길고도 피나는 연구진들의 노력이 시작되었다.
2년간의 개발은 늘어만 가는 교통사고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뼈져리게 느낀 연구원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있었기에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여기에 남보다 먼저 보다 나은 선진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면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경영진의 결단도 이동식 무인교통단속장비의 개발을 이루는 한 토대가 될 수 있었다.

◈ 시련은 있지만 거기에서 파생된 열매는 달다
그러나 레이저 속도측정기를 이용한 무인교통단속장비 개발은 완성할 제품이 단지 기존의 속도측정기를 응용한 것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는 연구진들의 우려 때문에 개발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1년 정도면 고정식 개발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동식도 충분히 개발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1년이 지난 후 개발한 신제품은 우려했던 결과대로 속도측정기에 촬영장치만 장착한 제품에 지나지 않았다. 기능이래야 속도측정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야간 촬영시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는 문제 등 개발단계부터 우려했던 문제점들이 하나 둘 발견되자 연구진들의 사기는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단지 속도측정기나 개발하려고 1년 동안 우리가 그 고생을 했냐'는 자조섞인 푸념, '더 이상 이 제품에 대한 개발을 포기하자'는 비관적인 견해가 팽배하는 등 연구실 전체에 제품개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회사 설립 당시 어려웠던 지난 날에 비해 지금의 작은 실패는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개발부장님의 독려 아래 회사 창립 당시 이보다 더 어려웠던 경험을 교훈 삼아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프란시스 베이컨이 7번의 여름과 겨울동안 연구에 몰두하다 젊은 나이에 깊은 주름이 패인 늙은 모습이 되어서야 연료전지를 개발한 것을 생각하면 무인교통단속장비 개발을 위해 보낸 한 번의 여름과 겨울은 너무 짧은 것이라 생각하고 다시 개발을 시작하였다.
우선 레이저 속도측정의 위반차량만 정확히 감지하는 기능을 보완하였고 이와 함께 촬영장치의 소프트웨어적인 기능을 보완 발전시켜 과속차량 및 차선 위반차량까지 영상으로 적발할 수 있도록 원거리·중거리·근거리 영상의 다중 화상처리기술을 채용하였다. 이렇게 해서 이중카메라 방식의 이동식 무인교통단속장비의 시제품을 개발하고 곧 중간 성능테스트에서 우수한 평가를 획득하는 등 고정식 무인 교통단속장비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아직 문제는 남아 있었다. 야간촬영시 운전자들의 시야에 방해가 되는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에 실패라는 시련을 겪은 후 얻은 작은 성공의 열매는 제품개발에 대한 확신을 갖게 했고 연구개발시 발생한 문제점도 조금만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였다.

◈ 노하우의 결정체, 제품의 탄생과 작은 성공
연구진들은 우선 중간 성능평가에 만족하였다. 그 만족감은 목표로 하는 기술을 빨리 개발하기 위해 서로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한 격려였다. 어느 곳에서나 휴대할 수 있고 더욱 쉽고 빠르게 설치할 수 있게끔 제품을 축소 개발하는 파트와 야간촬영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파트의 둘로 연구팀을 나누어 연구를 계속했다.
축소개발 파트에서는 기존 고정식 무인교통단속장비 개발로 얻은 성과물을 토대로 휴대형 장비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살리면서도 교통단속장비 본연의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기능적 요소를 추가하는 데 기술개발에 역점을 두었다. 이러한 노력은 쉽게 결실을 보게 되어 제품개발을 앞당길 수 있었다. 또 다른 파트에서는 근적외선(IR)영역의 조명장치를 개발함으로서 야간촬영시 문제가 되었던 점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한 연구진들은 여러번의 검사를 통해 제품의 성능개선에 노력하는 한편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품질평가를 통해 제품판매를 본격화하였다. 이동식 무인교통단속장비 개발의 개가는 무인교통단속장비의 이름을 고정식에서 이동식으로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니었다. 고정식의 단점을 보완·개선하여 세계 최초로 다중처리기술을 채택한, 기존 노하우의 결정체로 개발된 신기술 제품인 것이다.
얼마 전 부산경찰청에서 연락이 왔다. 부산 시내 각 간선도로에 단속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주문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작은 성공은 제품이 탄생하기까지 겪었던 시련을 딛고 일어선 감동의 결과였다. 이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발품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고 구매의뢰가 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에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진들은 고무되었다.

◈ 우리의 살 길은 연구개발뿐
건아기전의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독일의 LEICA사는 유사한 무인교통단속장비를 개발하고 있었고 국내에서는 저해상도 비디오 카메라를 이용한 수입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제품의 판매에 고무된 연구진들은 이제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성능개선에 역점을 두어 기존 저해상도 비디오 카메라에 비해 영상의 질과 차량번호 식별력이 우수한 차량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디지털 CCD 카메라로 바꾸었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고율 중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과속운전이다. 그러나 앞으로 건아기전이 개발한 제품이 설치된 도로에서는 운전자가 과속운전을 하거나 차선을 위반할 경우 즉시 차량번호가 찍히게 된다. 이제까지 사용되어 오던 고정식 과속검지기는 루프코일방식의 고정형으로 운전자들이 쉽게 파악하여 그 지점에서만 속도를 줄여 단속을 피하므로 효과적인 단속을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언제 어느 곳에서나 설치할 수 있고 위반사실을 현장에서 카메라로 촬영, 위반자에게 제시함으로써 민원의 발생이 줄어들 것이다. 개발품은 사고의 위험이 높은 장소 어디에서나 이동하면서 단속할 수 있으므로 교통사고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지난 97년에는 건아기전이 개발한 차량번호 자동인식 시스템으로 산업기술정책연구소가 주관하는 한국 산업기술대전에서 통상산업부장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밖에 외국산에만 의존하던 교통관제기기 분야의 국산화로 인해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수입대체와 매년 일천억 이상의 수출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건아기전은 앞으로도 영상처리 분야에 관한 한 국내의 최고기술을 가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각오로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기술력의 확보로 ITS(지능형교통시스템) 전문업체로서의 위치도 확고히 다져나가고자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매진할 것이다. 오늘도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살 길'이라는 구호 아래 연구실에서는 연구진들의 제품개발에 대한 작은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 없는 해답'(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풀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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